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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 신춘문예 작품들 > 2007년 대구매일(동시) 시인 추경희
  2007년 대구매일(동시)
  글쓴이 : 추경희 날짜 : 07-02-22 00:44     조회 : 1001    
꽃씨 / 박승우


씨앗은 비밀을 숨기고 있나 봐요.
단단한 몸속에 무엇을 숨겨 두었길래
저렇게 입을 꼭 다물고 있을까요?
채송화 씨앗도 봉숭아 씨앗도
자신의 모습을 꼭꼭 숨기고 있네요.

하지만 비밀 많은 채송화, 봉숭아 꽃씨도
아직은 채송화도 봉숭아도 아니에요.
그냥 작은 꽃씨일 뿐이지요.

꽃씨는 혼자서는 비밀의 열쇠를 열 수 없나 봐요.
흙이 안아주고, 비가 만져주고
햇볕이 따뜻하게 데워줘야지만
비밀의 문을 열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니까요.

흙과 비와 햇볕이 열어 준 비밀의 문으로
초록, 노랑, 빨강, 보라…
예쁜 비밀들이 쏟아져 나오네요.
 
 
  ■ 심사평 ■
600여 편의 응모 작품에 대한 심사 관점을 ‘소재 선정의 참신성’, ‘시적 메시지의 적절성’, '시적 표현의 독창성’, ‘동시로서의 눈높이’ 등을 중점으로 하였다. 먼저 응모 작품 전체를 개괄적으로 읽으면서 심사 관점에 근접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한산월·현경미·곽재하·김미숙·이윤경·이현주·이윤진·고하늘·박미선·박승우 씨 등 열 분의 작품을 뽑았다. 다시 열 분의 작품 전체를 몇 차례 거듭 읽으면서 최종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현경미 씨의 ‘사과에게’, 곽재하 씨의 ‘겨울나무가 딱따구리에게’, 이윤경 씨의 ‘사과나무’, 박승우 씨의 ‘꽃씨’ 등 네 편이었다. 현경미 씨의 ‘사과에게’는 시의 구조가 매우 짜임새가 있었으며 표현의 독창성도 돋보였으나, 시적 메시지가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치우친 것이 흠이었다. 그리고 곽재하 씨의 ‘겨울나무가 딱따구리에게’는 시적 메시지는 뚜렷하나 독자의 공감대 형성과 시적 표현에 있어 함축성이 부족한 것이 결점이었다. 이윤경 씨의 ‘사과나무’는 시 내용 속의 아버지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시적으로 형상화 한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그러나 시의 메시지가 동시의 주독자인 오늘날 어린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과 지나치게 비약된 비유의 표현이 마음에 걸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박승우 씨의 ‘꽃씨’는 우리의 생활에서 흔한 소재로써, 다소 진부하지만 동시의 주독자인 어린이가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적절한 메시지를 담아서 표현한 시적인 형상화에 마음이 끌렸다. 또한 ‘꽃씨’의 주변 환경인 ‘흙’·‘비’·‘햇볕’ 등 자연 사물 사이의 이치를 조화롭게 관계지운 것과 안으로 품고 있는 ‘꽃씨’의 신비로움을 적절하게 나타낸 시적 표현이 매우 돋보였다. 그리고 박승우 씨가 같이 보내 온 다른 열편의 동시도 오늘날 우리들의 삶과 함께하는 친근한 소재들로, 그것을 다루는 시적인 형상화가 전반적으로 뛰어났다. 따라서 박승우 씨의 ‘꽃씨’를 당선작으로 결정하면서 계속 정진하여 훌륭한 동시인으로 대성하기를 기대한다. 권영세(아동문학가) 
 
  ■ 당선소감 ■
두렵다. 어린 아이들의 눈이 두렵고 어른들의 생각이 두렵다. 무엇보다 내가 두렵다. 내게 동심이 남아 있는지 의문스럽고 좋은 시를 쓸 수 있을지 두렵다. 부끄럽다. 동시를 쓰기 시작한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고, 많은 작품을 쓰지도 못했으며, 많은 작품을 읽지도 못했다.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는데 덜컹 당선이 되었다. 동시를 쓰고 싶었던 것은 유년으로 돌아가고 싶은 퇴행 의식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동안 늘 따뜻함이 그리웠고 다정함이 그리웠다. 흙과 풀과 꽃 냄새가 그리웠고 천진한 눈과 목소리가 그리웠다.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안고 시작하는 길이다. 먼저 내 마음속에 잃어버린 동심을 찾고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를 쓰고 싶다. 내 시의 토양이 되어 준 나의 유년과 흙, 풀, 꽃, 별…… 그리고 내 삶에 영향을 미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동시를 지도해주신 최춘해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부끄러운 작품에 장미꽃 한 송이를 얹어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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